일상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이홍 2025. 12. 4. 01:08

 

작년 이 시간에 나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의도가 아니었고, 힘들었고,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https://brunch.co.kr/@leehong0033/93

 

3 - 무슨개풀뜯어먹는소리가 나에게 준 영향

우울증과 그로 인한 불안증세 묘사 있음. 트리거 주의. | 우울증과 그로 인한 불안증세 묘사가 있습니다. 읽으시기 전에 참고해주세요. 무슨개풀뜯어먹는소리가 주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많은

brunch.co.kr

 

에세이에도 적어놨으니 자세한 건 생략하겠다.
솔직히 그날의 기록을 보면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고,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불안이 흔들거린다.
아마도 오늘, 이 순간에 내가 배구를 보지 않았다면, 한참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다. 아직 내란 청산이 끝난 건 아니니까.
 
오늘 잠을 자지 못하는... 아니 자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바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홈 경기를 보고 왔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가방 정리하고, 씻고, 잠옷만 갈아입으면 바로 침대로 들어갈 수 있는 상태. 너무 힘들어. 목이 아파요...
 
무려 역스윕 승리를 홈 경기장에서 보여주었다.
 

 
나 정말 흥국생명 너무 사랑하고 아끼고 너무 좋고 영원히 철쭉일 수밖에 없는 거야, 나는...
어떻게 홈 경기장에서 역스윕을 줄 생각을?
쑥쑥 자라는 내 죽순들을 보면서 오늘도 아파트를 부른다.
으쌰라으쌰
 
https://youtu.be/WvP1g7eic0U?si=zGEOzc4E_3pebK67

 

행복해요...
 
 
 
사실 요즘 잘 풀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배구 말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어떻게 하는지 알고,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상황임에도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모전 준비한다며 연재하던 소설도 중단했는데, 그렇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알면서도 키보드 위에 손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지금도 모르겠다. 오늘은 경기를 보러 가겠다는 이유 하나로 무언가 하긴 했지만, 스스로가 만족스러울 만큼은 해내지 못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확실히 찜찜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런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으로.
 
사람에게서 쓸모를 찾으면 안 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알고 있는데도 왜 나는 자꾸만 내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될까?
 
우울했다.
이놈의 병은 언제쯤 나을까. 온갖 안 좋은 생각이 올라오기 전에 잠들었고, 오늘... 이제는 어제다. 2025년 12월 3일의 아침은 그렇게 상쾌하지 못했다.
게다가 하는 일도 어영부영. 만족할 만큼 해내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솔직히 직관 티켓을 취소해야 할까? 생각할 정도로 별로였다.
경기장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바로 눈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기껏 내려갔더니 지하철은 문을 닫고 출발해버렸다.
다음 지하철을 탔는데, 문앞에 있는 사람이 도저히 비켜주질 않았다.
시간도 애매하게 걸려서, 타는 것만 해도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다음을 생각했다. 지금 놓쳐버린 것이 아니라 다음에 올 것.
 
어제였다면, 2일이었다면 엄청나게 짜증나고 화났을 텐데.
하나가 풀리지 않으면 줄줄 풀리지 않는다고 짜증내는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쉽지 않다.
그러려니, 다음이 확실하게 있는 것은 기다리면 되는 것을, 안 풀릴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했는데.
어쨌거나 3일의 나는 그 마음을 가지기 성공한 거다. 놓친 지하철을 보고도 '이럴 줄 알고 일찍 나왔으니까.' 라는 생각을 바로 했으니까.
 
이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승리는 나에게 더욱 큰 의미를 준다.
꼭 12월 3일이기에 그렇고, 풀세트 역스윕이기에 그렇다. 그것도 1, 2 세트를 내주고 3, 4, 5 세트를 가져오는.
작년의 나는 매순간 울고 싶은 나날이었고, 나를 결국 삼산월드체육관에 앉힌 건 24-25 챔피언 결정전 2차전 풀세트 역스윕이었으니까(그때도 1, 2 세트 내주고, 3, 4, 5 세트 가져왔다).
 
너무 거창한가? 3초 정도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꿨다.
좋지 않게 지나간 일을 과하게 곱씹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좋게 지나간 일은 여러 번 곱씹어도 좋다!
물론 그 순간에 앉아있기만 하는 건 안 될 일이지만...
최근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끌어오려는 나에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집에 오는 길,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해서 버스를 놓쳤지만 다음 버스는 5분 안에 도착했다.
내릴 때 기사님께 인사드렸고, 기사님은 늦은 시간임에도 힘찬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주셨다.
 
하고자 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시 힘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버겁다고 느껴지지 않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꼭 해내야지.
 

 
https://www.instagram.com/p/DRzXnPDE8Ik/?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인스타그램도 구경하러 오세요.)

 
 
 
 

감사하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인 하루.
그렇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내 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힘내야지. 다음 홈 경기 이미 준비 끝났다. 내가 간다!

그 전에 내 할 일을 잘 하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1) 2025.12.25
배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2) 2025.09.12
3.  (3) 2025.08.29
2.  (1) 2025.08.22
1.  (0) 2025.08.19